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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도서관에서의 모색(개정판)

그 해 서촌, 물러설 수 없는 싸움

앞서 발간한 '종로도서관에서의 모색'에서 본문에 꼭 추가하고 싶은 문장들을 넣어 개정판을 만들었다. 홀로 검수하느라 미처 알아보지 못한 오자와 비문도 바로 잡았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바란다. 이 책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아버지와 사는 민이는 초등학교 6학년이다. 민은 임대사업자인 아버지를 증오한다. 3년 전 엄마와 동생이 사망한 교통사고가 아버지의 계획이라고 믿고 사건을 파헤치고 싶다. 집이 싫어서 동네를 방황하곤 하는 민은 여름밤에 종로도서관을 찾았다가 상만을 만난다. 경제학에 관심이 많은 상만은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이다. 형편이 어려워 도서관에서 밤에 몰래 생활하고 있다. 상만은 수많은 석학들의 경제이론에 매료될수록, 그것을 구현하지 못하는 현실이 싫다. ..
앞서 발간한 '종로도서관에서의 모색'에서 본문에 꼭 추가하고 싶은 문장들을 넣어 개정판을 만들었다.
홀로 검수하느라 미처 알아보지 못한 오자와 비문도 바로 잡았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바란다.
이 책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아버지와 사는 민이는 초등학교 6학년이다. 민은 임대사업자인 아버지를 증오한다.
3년 전 엄마와 동생이 사망한 교통사고가 아버지의 계획이라고 믿고 사건을 파헤치고 싶다.
집이 싫어서 동네를 방황하곤 하는 민은 여름밤에 종로도서관을 찾았다가 상만을 만난다.
경제학에 관심이 많은 상만은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이다.
형편이 어려워 도서관에서 밤에 몰래 생활하고 있다.
상만은 수많은 석학들의 경제이론에 매료될수록, 그것을 구현하지 못하는 현실이 싫다.
행정고시에 합격해서 자신이 옳다고 믿는 사회로 만들고 싶다.
하지만 아르바이트에 찌든 현실은 그에게 공부에 매진할 환경을 허락하지 않는다.
민은 상만과 가까워지면서 아버지의 돈을 빼내 상만에게 가져다준다.
그리고 그 결과는 큰 혼란과 고통으로 이어진다.
2016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서촌의 또 다른 아이인 9살 영이가 성인이 되어서 2016년을 회고하는 시점으로 구성돼 있다.
영이를 혼자 키우며 반찬가게를 하는 을순 할머니, 도서관 사서인 세주는 사건에 적극 개입하고 민, 상만과 함께 서로를 지탱한다.
민의 아버지 정씨는 경제적 계급차이를 굳건히 하는 이기적인, 어찌 보면 평범한 현대인의 대명사이며,
그런 남편과 대립했던 민의 어머니 은정은 경제정의와 공동체 의식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을 상징한다.
나는 신문기자로 일해 왔고 그래서 무엇이든 새로운 걸 배우면, 기사로 써볼 궁리를 하곤 했다.
아니 꼭 기자가 아니라도, 배운 걸 써먹지 않으면 배운 게 의미가 없지 않은가 생각하는 주의이다. 기자이기 때문에 그 방식이 글쓰기였을 뿐.
2016년 경제학 공부를 시작하고 당시만 해도 낯설었던 기초자산(기초상속) 개념을 알게 된 이후에는, 이걸 어떻게 기획 기사로 써볼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
그해 휴직을 하고 대학원을 다니면서 종로도서관과 사직공원을 어슬렁거리며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했었다.
‘모든 청년들에게 얼마만큼의 사회적 상속을 한다.’ 기획기사로 써보고 싶었던 이 기초자산 제도는 흔하고 흔한 제도소개 기사 이상은 되기 어려울 것 같아서 접었다. 기사의 형식이란 제한이 많다.
그런데도 아마 생각할 시간이 많아서였는지, 막연한 이미지들 그리고 내가 아닌 누군가의 심정이 머릿속에서 많이 떠돌았다.
난 영이가 살고 있는 체부동에 산다. 선후 관계를 따지자면 내가 살고 있기 때문에, 영이를 그곳에 살게 한 것일 거다.
집 근처 종로도서관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빼내어 볼 때는 그 냄새가 좋고 마음이 설레서, 밤에도 여기서 책을 읽거나 여기서 잘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현명한 이들이 몇백년 전에 이미 생각해 놓은 골똘한 정신들은, 왜 현실에 펼쳐지지 못하는가도 생각했다. 자연이 준 공동자산인 땅은 왜 누군가의 소유가 되어버렸는가도 생각했다. 어떤 돈이 있을 때, 그 돈의 진짜 주인은 누구이고 누구여야 합당할까, 또한 생각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얼마간의 돈이 꼭 필요한 가난한 청년에게, 임대사업자 아버지가 집에 보관해놓은 현금다발을 몰래 빼내가져다 주는 아이를 생각했다. 기초자산 제도가 있다면 그 돈은 합법적으로 그 청년의 몫이 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아니다.
그런 생각들에 잠겨서 주변 인왕산 자락길을 오를 때면, 초록 나뭇잎들이 만들어 내는 그 빛나는 공간 또한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난 영이에게, 상만에게, 세주에게, 민이에게, 을순 할머니에게 조금씩 이런 것들을 투영했다. 공간과 상관없이 늘 나를 괴롭히던 의문과 분노, 그리고 대처방식 또한 투영해봤다.
그래서 소설을 쓸 생각도 없었는데 소설을 썼다. 이들에게 책임감을 느낀다. 영이가 상만에게 느티나무 몸통이 보도블럭에 막혀 더 자라지 못하고 있다고 알려주는 대목을 쓴 뒤에는, 난 상만을 대신해서 종로구청에 민원을 넣었다. 며칠 후에 종로구청에서 나무를 둘러싼 보도블럭들을 제거했다고 사진을 찍어서 민원 게시판에 올려주었다.
내가 사랑하는 주인공들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전혀 모르겠다. 이 책을 읽는 분이 있다면, 늘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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